Don't let it show 들으며 말하기



"Even if it's taking the easy way out"
"Keep it inside of you"
"Don't give in"
"Don't tell them anything"
"Don't let it"
"Don't let it show"





후의 최후까지 마지막 카드 한장을 숨기는 역전 주자, 전대물의 제 6의 멤버같은 사람이 지금도 너무 멋있게 보이지만, 나는 너무나 쉬이 내 손안의 패를 다 보여주고야 마는 존재라는 걸. 그런 내가 촐싹거리는 꼴이 부끄러울지언정 조금은 스스로가 좋아지고 용서할 맘이 든다는 걸.


2011 잡감 그냥 말하기


해 첫 포스팅이 벌써 한 계절이 지난 시점이라니. 그렇다고 다이어리를 열심히 채워넣은 것도 아니고 트위터를 만들었기로서니 이에 매진하였던 바도 아니고 순전히 '생각이 없어서' 아무 것도 적지 못했다. 빈털털이가 된 기분. 저번 주말에 방에서 잠깐 메모할게 필요해서 막 제대한 다음 해의 다이어리를 꺼냈었는데 그 땐 뭐 이리 담아낼게 많았던걸까. 생각보다 많은 정보량에 흠칫 놀랐다. 뱃속에 삼킨 뭔가 한가지가 있다고 여기고 지내던 날들이었다. 그 때의 내가 본다면 제법 많이 가지고 있다고 여길 지금의 나일텐데도 불구하고 무력한 이 기분은 무엇인지. 그간의 신상이라면 카드를 만들었고 맥북에어와 PS3, 3ds따위를 장만하고 공대생 티 벗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옷도 사고 향수도 사고 신발도 사고 악세사리도 등등등... 이건 뭐 신상身上이 아니라 신상新商명세다. High and dry가 정말 듣고 싶은데 mp3플레이어도 없던, 이제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재개발한다고 황량하게 파해쳤던 학교 뒷편 길을 걷던 그 가을이 차라리 덜 허무했던 것같다. 뭐 서른 한발짝 앞에서 향수에 젖겠다 이런건 아니고 삼킨 무언가가 녹아 없어지기 전에 좀 걸어다녀야겠다싶다. 지도없이.

필름 한 해 사진 이야기


난 필름을 들춰본다. 슬라이드 마운트는 처음 몇번만 한 것같은데 내 카메라는 컷과 컷 사이가 좁게끔 가로가 길게 찍히기 때문에 잘려나가는 부분이 아까워서 그랬던가? 나중에 볼때는 확실히 마운트한 편이 좋네. 네가는 살짝 다시 스캔해봤는데 필름 휜 것도 휜 거고 먼지가 장난아니다. 힐링 툴로 하나씩 문대면서 먼지를 지울때마다 디지털로 옮겨가야되나 한숨을 푹푹(새로 나온 카메라 리뷰같은걸 볼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봤자 디지털이 아니라서 AE가 아니라서 초당 몇 연사가 아니라서 사진을 못 찍는다는 이유로 그런는건 아니고 딱 그때만 툴툴거리는 거다.

굳이 필름 감성 같은 이유로 필카를 선택한 건 아니고 디지털이나 필름이나 그냥 매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양자 모두가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프린트건 화면이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순간까지 많고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니까. 대신에 매체 자체의 물리적인 차이에 있어서 필름을 더 좋아한다. 소모품이라는 거나 한번에 세트로 24/36 장을 찍어야 된다거나 필름 책에 보관할 수 있다거나 하는 것들. 하긴 이제 고작 1년 사진을 찍은 건데 잘난척 이러쿵 저러쿵할 정도는 안되겠지.

고작 1년인가. 올해는 프로젝트 한개를 마감 넘겨가며 질질 끌어왔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한 해같은데 돌아보면 박사 본심 커트라인 점수 채울 논문들이 나오고 봄, 가을에 각각 시합 한번씩,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겨울 사진을 보면 누구는 다른 생활을 시작하고 누구누구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이게 고작 10~11달 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보단 좀 더 오래되서 뭐랄까 이제 떠난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남는게 사진밖에 없는 그런 하루 하루를 살고 싶은 맘은 없다. 사진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엔 나는 아직 멀었나보다. 내년 이맘때에도 나는 또 다시 따뜻해보이지만 생소한 정경이 담긴 필름을 보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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