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출장에서 인상깊었던 것 3가지만 말해보자.
1. 산 중턱에서 해변을 볼 때, "스고이~~"라고 감탄하던 일본 아이. 엄청 귀여워서 속으로 카와이~~ 하고 감탄했다.
2. 올 때 갈 때 같은 비행기 탔던 가족의 큰 딸. 대충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데 자기 아빠한테 기대서 자는게 흐뭇해보였음.
3. 일본 사람이 하도 많아서 더 인상적이었던 한인 식당에서 일하던 여자애. 싹싹하다는 단어의 이미지 그대로.
거기까지 가서 본게 여자애들밖에 없냐고 하겠지만 내가 나인 이상 어쩔 수 없는걸. 거리로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한참을 걸려서 와야하는 섬이고 아름다운 섬이니까 지친 일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날씨 좋은 동네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기엔 딱이겠지. 앞서 와이키키 해변을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렇게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에게 이 곳은 가장 좋은 장소이다. 알로하와 함께하는 하와이의 케치프라이즈는 모두를 반기고 동남아처럼 귀찮게 하는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대체로 깔끔하다. 하지만 사람의 세상에서 완벽은 반드시 어떤 약속 위에서라야 비로소 세울 수 있는 것이다. 9시간 10시간 망망대해 위를 날아가도 그 근간의 공리는 마찬가지였기에, 아니 그보다 더 깊이 그 공리를 증명하기 위해 너무너무 잘 조직되어 있는 모습에 나는 빈정상했다. 그 시스템의 이름은 자본주의라거나 신자유주의라거나 하는 것보다도 더 바닥에 깔려있는 약속이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래도 마찬가지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생산의 논리 말이다. 나는 생산이라거나 성장이라는거나 이런거 안 믿는다. 열역학 제 2법칙을 믿지.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한 마디로 말해서 지친 일상에서의 일탈, 재충전의 장소라는 논리를 정리하면. 결국 보통의 나날들은 힘들고 지치는 것인데, 티켓을 사서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이고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써서 이동해야 이제 겨우 그 힘들었던 잔해를 옆으로 옮겨 놓을 수 있고, 우리 동네에서는 다 죽어버린 동식물을 본다거나 평소엔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하던 백이라던가를 모처럼 기분내서 사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자기는 푹 쉬고 잘 놀았다고 생각한 다음에 다시 기름 팍팍 태워가며 집으로 돌아가면 힘들고 짜증나는 날로 복귀. 이건 머 잘 만들어진 냉각 시스템 같은 거라 그 장소의 쾌적함이 쾌적할 수록 전체 프로세스의 벗어날 수 없는 틀을, 쥐어짜내는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대한민국이나 일본이나 미국이나 북치고 장구치고 쿵짝이 이리도 잘 맞을 수가 없고, 거기나 여기나 한통속 똑같은 동네였던 거다. 이러니 여자애들밖에 눈에 안들어오는게 당연한거 아냐?
여자친구가 있어서, 아님 그냥 친구들이랑도 좋으니까 같이 놀러 갔으면 딴 여자애들 구경안하고 잘 놀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이랑 즐겁기 위해서 저 먼 공간에 꼭 가야할 법은 없지.
-끗-

ps. 출장에 가져갔던 책은 벤야민 선집의 베를린의 유년시절과 마르쿠제의 1차원적 인간이었다. 1차원적 인간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출장기에 꽤나 많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듯. 적법할 때 적법한 책을 읽어서 좋다. 물론 좀 더 편한 책을 가져갔으면 비행기에서 그리 갑갑하진 않았겠지만..


덧글
밀감 2009/06/02 20:22 # 답글
그냥 보는 걸론 좀 부족하지 않냐 이젠
-浪- 2009/06/03 16:48 #
머가? 여자애들?좀 부족하지는 않고...
밀감 2009/06/03 20:26 # 답글
많이 부족하단 얘기군
Q-군 2009/07/22 19:25 # 답글
오오 레벨님간만임다.
저 블로그 옮겼슴다. rss 납치해감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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