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자전거 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전거 위나 그냥 자전거라고 하는게 옳은 말일지도. 가끔 날카로워져 주위의 기척조차 달갑지 않을 때면 괜시래 싸납게 구느니 자전거를 타고 한바퀴를 도는게 낫다. 작년쯤에 자전거 샀을 때는 나를 달리게 하는건 자전거 뿐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문구를 떠올렸는데 이제와서 보면 그런건 아니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동하는 자전거 위의 공간은 많은 주변을 스쳐가지만 그것들을 놓칠만큼 빠르지도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을만큼 보고 곰씹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캠퍼스를 한바퀴 도는 것도 좋지만 수원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나가도 오가기 좋은 길들이 나온다. 가끔 심야 영화를 보러 수원역에 나갔다오면 막차 걱정 안해서 좋고 애경백화점은 여자애들이 다들 이쁘다. 수원역 가는 길은 저수지를 끼고 가는 길을 찾은 다음에는 인도/차도를 피해다니지 않게 되었다. 늦여름에는 바로 앞에 포도 농장들이 있어서 포도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면서 다니는 것도 기쁨이다. 그래도 제일 자주 지나치는 곳은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서 논밭이 있는 부근이다.


이제 추수를 했겠지만 조금씩 익어가는 벼라던가, 가득한 풀벌레라던가 오랜만에 본 뱀, 길가의 코스모스같은게 소중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것도 기분좋고. 수원은 오래되고 서울만큼은 아니라도 많이 번잡한 도시라서 이런 공간은 드문데. 그렇다고 해서 자연을 느끼기 위해서 이 쪽을 찾는건 아닌 것같다. 논과 밭도 아스팔트에 땅이 뒤덮여 있지 않을 뿐 어디까지나 사람에게 맞추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느끼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다. 물은 농업/생활 폐수라 깨끗하지도 않고, 다니다가 아저씨들이 까맣게 그슬린 개잡는 것도 보았다. 얼마전에 강호순 사건 때 그의 활동 범위가 이 근처였고 한 건은 바로 이 자리에서 있었다. 인간의 시선이 곳곳에 닿지 않는 곳에서는 그러한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홈즈가 언젠가 왓슨에게 말했던 것처럼. 친구 하나가 이쪽 동네에 사는데 사건 당시에는 괜히 신경쓰이고 찝찝하더라. 그치만 이쪽 길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같은 이유에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이성의 오인이 마구 설쳐대지 않을 자리가.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