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가이덴2, 살벌한 폭력의 미학 게임으로 말하기


코의 글에서 종종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이라는 말을 본다. 위키에서 보니 맥락이 깊은 말이던데 나는 이 말에 부정적인 입장에 서있다. 현대 한국은 그리 올바르고 올곶다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언동 하나만 걸려도 아예 잡아먹으려 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행위는 때론 지리멸렬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팀닌자의 수장(이었던),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이 아님은 명백하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하며, 반사회적인 외양, 자신의 게임을 욕했다는 이유로 가장 싫어하는 게임 1~5위까지(이제 6위까지?)를 욕한 사람이 만든 게임을 대는 것(사실 장난이지만 정말로 이러한 장난도 용납이 되지 않곤 한다), 가지가지 구설수들, 최근엔 자국인 400만명이 산 게임을 잡자마자 던져버렸다는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밑도 끝도 없고, 까임의 대상이 되기엔 이미 차고 넘친다. 나 또한 그러한 인간을 존경하거나 존중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런 인간도 있을 수 있고, 적어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액션 게임을 만드는데 그러한 인간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만큼은 알고있다. 그러니까 닌자가이덴 2는 내 인생 최고의 액션 게임이다.


닌자가이덴은 옛날 패미컴 시절의 닌자용검전부터 살인적인 난이도로 유명한 게임. 내가 왜 XBOX360을 살 때 닌자가이덴2를 집었는지 확실한 동기는 없지만 아마 언젠가의 게임 비평에서 읽었던 닌자가이덴 1의 비평에서 '적들 하나하나를 상대할 때 마치 대전 액션처럼 상대해야한다'는 이야기와 학교 다른 연구실의 형의 엑박에서 닌가2 한글판이 정발되어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그 두가지가 이유일 것이다. 그래놓고도 한참을 다른 게임 하느라 묵혀두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본 플레이 동영상이, 이게 내가 산 그 게임이란말인가?!

닌자가이덴2의 테마는 정말 명확하다. 궁극의 폭력. 게임은 게임이기 때문에 장르불문하고 대체로 문제를 푸는 과정과 같은 모습을 띈다. 액션 게임의 경우에는 적들의 패턴이라는 문제가 있고, 이 공격을 와해하고 데미지를 입히기 위한 재료들 - 주인공의 기술들 - 이 있어,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위치에서 적합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게 된다. 잘못 만든 액션 게임은 이러한 도식을 따라 간결하게 구분할 수 있다. 아주 쉬워 허탈한 액션 게임은 그냥 버튼만 누르면 될 정도라서 이러한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별 생각없이 적들이 잘 안죽어서, 패턴에 빈틈이 없어서, 주인공이 제대로 움직여주질 않아서 게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단순히 짜증이 나고 말 것이다. 좋은 게임은 이러한 문제 풀이 과정에 적합한 해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난이도가 어쨌건 간에.

닌자가이덴2에서 적들의 공격은 정말 살벌하기 그지 없는데, 팔다리가 잘린 적들이 엉금엉금 기어와 류한테 엉겨붙어서 자폭하거나 - 후반부에는 사지 멀정한 놈이 다가와 자기 팔을 폭파한다 -, 방금 죽은 시체를 집어 던지는 늑대 인간들처럼 연출이 살벌하기도 하지만, 정말 쉴틈을 안주고 공격해오는 것이 무섭다. 가장 쉬운 난이도인 수행자의 길에서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궁극의 난이도인 마스터 닌자는 자칫 삐끗하면 적들의 공격 이펙트에 화면 식별이 되지 않을 정도니까. 적들을 대하고 있을 때는 긴장을 늦추는 순간 밀려서 죽기 때문에 처음에 난이도를 높여가며 할때는 1~2시간 하면 피곤해서 더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해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아니 너무나도 다채롭고 명확한 문제풀이 방법이 있다. 처음 할 때는 이딴걸 깨라고 만들었느냐고 하겠지만 이타가키가 말한 것처럼 "류는 적들을 이기기 위한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

가령 아까 말했던 것처럼 아주 쉬워서 밋밋한 액션 게임이 있을 때, 그리고 뒷 이야기도 엄청 스케일이 커서 주인공이 정말 무적의 케릭터라고 생각해보자. 그런다고 그 주인공이 엄청 강력한 인상을 가질 수 있을까? 설정은 설정이고 인상은 인상이다. 쑥덕쑥덕 누가 누가 강하네 라고 이야기는 꺼낼 수 있겠지만 나로선 그런 게임을 마치고 '와 이 주인공 정말 살벌하게 강하다' 라고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닌가2 마스터 닌자를 클리어 했을 때 누계 사망 횟수는 600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류 하야부사는 말 그대로 우주최강슈퍼액션닌자이다. 아마 그것이 게임이 갖는 인터렉티브 성 운운하는 것의 성격일테다. 이벤트 컷신에서 하는 황당한 액션 때문이 아니다. 그 말도안되는 폭탄수리검 세례와 필살필중 폭탄 화살들 속을 해치고 나왔다는 것이, 무시무시한 로봇 똥개들, 쫄깃쫄깃한 빨간용들, 늑대인간의 파운딩과 한대 맞으면 죽는 빨간 전갈의 꼬리치기를 피보라를 일으키며 해쳐나왔기 때문에 류의 강력함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닌가 1편의 핵심이 이즈나드롭과 에센스를 활용한 절기였다면, 2에는 사지절단과 멸각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당연하지만 날붙이나 둔기에 팔이나 다리가 가격당하면 그 부위가 떨어져나가기 마련이다. 공격을 가하다 보면 적들의 팔, 다리, 목이 날아다닌다. 이렇게 어딘가 신체가 손상된 적이 있을 때를 한정해서 무적판정의 즉사 공격을 가할 수 있는데 이것이 멸각 시스템이다. 무기별로, 기술 별로 사지절단이 잘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매우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문제를 푸는 방법이 매우 많다. 이 게임에는 8개의 주무기가 나오는데 모든 무기가 강력하고 이 무기 중 하나만으로도 게임을 깰수 있게 되어있다. 마스터닌자 난이도라면 조금 고생스럽겠지만 현자 정도는 할만하다. 데미지가 약한 비골리안 플레일 같은 경우에는 간단한 커맨드로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사지절단이 가능한 기술이 있다거나, 이도저도 아닌것 같은 톤파는 절기가 매우 강력하며 공격 사이 사이에 무적 판정의 연계 이동기인 천벌이 존재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실상 8명의 케릭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150시간, 200시간 씩 플레이해도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한참이나 남아있다. 류가 죽는 것은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지 류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다.

다양한 문제 풀이도 문제 풀이지만 묘사도 '살벌함'이라는 방향을 향한다. 아까 말했던 적들의 살벌한 공격 연출도 그렇지만 적들을 분쇄해가는 류의 액션이야말로 무지막지하다. 사실적인 묘사라는 것은 이를테면 왜 미래에 닌자들이나 괴물들이 판을 치고 돌아가느냐 라는 것을 따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어진 전제에서의 설득력을 말하는 것이다. 게임은 게임이므로 칼로 공격한다고 해서 다 잘리고 피가 철철 넘칠 필요는 없고 대체로 많은 게임들이 그러한 암묵적인 동의에서 연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어떤 이상한 점을 그리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타가키는 꼴통이므로 동의하지 않는다. 칼에 베이면 잘리고, 철구에 맞으면 살이 으깨져야된다. 솟구치는 피와 함께 팔다리가 굴러다니고 베인 단면에서는 주륵주륵 피가 베어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불태우는 인법을 사용하면 당연히 타고 있는 인간은 비명을 지르면서 수초간 괴로워할 것이고 이내 까맣게 탄 숯덩이가 남을 것이다. 강력한 중력탄에 상반신이 맞으면 하반신만 남아야 정상이다. 바람의 칼날이 비산하면 둘러싸고 있던 적들은 조각조각 날것이다. 이즈나드롭으로 바닥에 적을 내다 꽃으면 뿌직 소리와 함께 머리는 살점이 되어 흩어진다. 우르르 몰려와 류를 동그랗게 둘러싼 적들의 맹공을 (얘네는 머리도 좋아서 절기나 인법이라도 쓸 참이면 맞으러 들어와주기는 켜녕 백대쉬해서 진영을 정비한다) 그렇게 분쇄한 다음에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 조각 사이에서 칼에 묻은 피를 유유히 털어내는 그 순간, 그 순간의 쾌감은 말할 수가 없다.

나는 지금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폭력을 옹호하고 있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이러한 입장은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폭력이라는 것은 필요악의 대우와 같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니까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말이다. 수단으로서 나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긴긴 시간 동안 배제시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단지 폭력의 유효함 때문은 아니라 본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기능하여서는 안되는 것임은 정말로 사실인 것이다. 그래서 금기시하고 생략하고 얼버무린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 심의기관이 이러한 것을 심사하고 딱지를 매기고 적당히 여과된 결과물을 우리는 즐긴다. 내가 정말 억울한 것은 어렸을때 겁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만화나 게임의 연출은 상관없는데 실사의 모형의 잔인함은 잘 즐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학습된 습성이라서 정말 억울하기 그지없다. 이렇지만 않아도 좋은 B급 영화들을 자유롭게 거닐어 다닐 수도 있었을 것이고, 길에서 마주친 처참한 길동물의 시체들도 힘들지 않게 아늑한 곳으로 옮겨줄 수 있었을텐데.

어쨌거나 궁극의 액션은 결국 궁극의 폭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이타가키의 닌자가이덴2는 궁극의 액션을 위해서 세상의 암묵적 동의를 전부 무시해버렸다. 살벌하게 몰려드는 적들을 더 살벌하게 해치우는 류의 액션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 그 꼴통의 고집은 아마 사사건건 사측과의 충돌을 야기했을테다. 표면적인 이유야 어쨌거나, 많은 돈을 들인 기대작을 최고 심의로 만들어서 광고도 제대로 못하게 되질 않나(일본 자국내에서 가장 높은 심의단계를 받으면 광고에 엄청난 제약이 따른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으니 뭇사람들이 모두 즐기기도 어려운 '매니악'한 판매량 밖에 안나올텐데, 완벽한 게임을 만들겠다 고치고 고친다고 게임 발매가 늦어지고 또 늦어지질 않나. 그러면서 술은 빼먹지 않고 매일 마시니... 경영진들에게는 미운 털 톡톡히 박혔을게 분명하다. 그렇게 소송과 함께 회사를 나오게 되었지만, 그래서 이타가키의 닌가3를 보는 일은 아마 불가능할테지만. 나는 그런 아쉬움 속에서 정치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암묵적인 동의아래 지워져버린 어떠한 것을 충실하게 재현해낸 이 게임을 정말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

덧글

  • 이로리♡ 2009/11/11 15:09 # 삭제 답글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좋은 글입니다.
    ...라는 말은 마스터닌자 클리어하고 나서 해야 할까요? (......)

    마스터닌자까지 다 클리어하고 모든 도전과제도 다 채우고 싶은데
    다른 게임들과의 플레이 밸런스를 조절하기가 어렵네요.

    보통 그때그때 하는 게임만 하다보니 (...)
  • -浪- 2009/11/12 12:29 #

    이로리님 동체 시력과 컨트롤이면 마스터 닌자 정도는 가볍게 하실것같은데:)
    저도 어지간하면 그때그때 하는 게임만 하는 편인데(하드도 20G짜리고), 플레이시간 100시간 넘어가고 3회차 이상 플레이한 (아케이드 게임 제외-ㅅ-) 게임은 닌가2가 유일해요. 사실 아케이드 게임 감각으로 하게 되버렸서 지금이 8회차던가;
  • BlackJoker 2009/11/11 20:25 # 답글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즐거이 읽히는 이 필력이 정말 부럽다 :P
    게임 화면 보니까 한 번 해보고 싶네, 하지만 엑박이 없어서 아무래도 못 해볼듯
    그나저나 류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왜 카스미랑 아야네가 먼저 떠오르는 걸까
  • -浪- 2009/11/12 12:30 #

    아야네는 원래부터 출연했고 닌가2 시그마 나오면서 카스미까지 나왔으니까 뭐 떠오르지 말란법 있겠음? ㅋ
  • Azoth 2010/01/09 01:42 # 답글

    이타가키에 관해 검색하다 들어오게 됐습니다. 필력에 상당한 내공이 있으시군요. -_-)b

    읽으면서 특히 공감 되었던 부분은 '주인공이 강하다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장치들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저는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를 많이 하고 있는 게이머인데, 주인공인 단테가 '무자비하게 강하다.' 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합니다.
    뭐랄까, 그의 힘은 굉장히 많이 숨겨져 있다고 해야할까요? 단테는 살벌하지 못합니다. 단지 화려하기만 합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닌가보다 라이트한 데메크의 장치적 특성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덜떨어지는 AI (이타가키의 말을 빌리자면 그냥 멍청하게 서있는 오브젝트들.) 등을 보다보면 단테는 무지막지하게 강하기만한 캐릭터일뿐이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수많은 폭수와 폭궁들의 화살들, 무자비한 기갑부대와 폭닌들을 잡아내는 류를 보면서 말이죠.

    게임의 초점이 데메크는 '스타일리쉬하게 적들을 제거하는 것' 이라면
    닌가는 '가진 기술들을 모두 활용해 클리어 하는것' 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닌가6:데멕4 정도의 비율로 점수를 주고 싶군요.
  • _浪_ 2010/01/14 00:54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같은 이유로 ICO가 아주 디테일하고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게임은 만화가 아니니깐요.

    콜옵도 그래서 베테랑으로 해야 진짜 전장에서의 영웅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것같구요.
  • Azoth 2010/01/09 01:48 # 답글

    아, 쓰고서 읽다보니까 비문이 있네요. 세번째 문단에서 '단테는 나오는 몬스터에 비해서만 강하다.' 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
  • 시무언 2011/11/13 15:06 # 삭제 답글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게임 처음 시작해서 두들겨 맞을땐 피통만 큰 샌드백인데 클리어할때쯤 되면 우주 최강의 슈퍼닌자로 느껴지는게 류 하야부사죠.

    닌자 가이덴3에서 적들이 너무나도 약화되서 류가 흔한 힘자랑 캐릭터가 될거 같아 우려도 드는군요.
  • ㅇㅇ 2016/04/23 15:23 # 삭제 답글

    저장해놓고 오고 가며 읽지만 몇 번을 읽어도 경탄합니다.
    제가 읽어본 닌가 관련 비평 중 첫째 손가락으로 꼽는 비평입니다.
    닌가 IP가 사망신고를 받고 이타가키가 위기에 처한 지금 읽으니 더더욱 절실하군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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